이란 "조건 미이행시 호르무즈 계속 폐쇄"…전투·협상 병행 천명
갈리바프 의장, 의회 연설서 조건부 폐쇄 경고…강경·주화파 동시 비판

이란의 대미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은 20일 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란이 제시한 종전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은 계속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은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이란 민족의 정당한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며 미국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한 협상 국면으로 복귀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를 위한 어떤 여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고수하는 종전 조건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 동결 자금 해제, 석유 수출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인정, 해상봉쇄 해제 등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외교 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은 지극히 명확하고 이성적이며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중재국들을 통해 이런 요구 조건과 메시지를 상대측에 투명하고 단호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도 전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같은 조건을 중재국을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 내부의 상반된 두 진영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 "전쟁을 외치면서도 국가의 실제 역량을 계산하지 않은 채 모든 형태의 외교적 접근을 부정해 국가를 소모전과 끝없는 전쟁의 늪으로 몰아넣는 엘리트층이 있다"고 지적했고, 이어 "국가의 방어 역량을 과소평가해 안보 불안을 조장하고 적의 일방적 조건을 수용하자고 하는 부류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냐 협상이냐'라는 이분법적 틀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전투와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성적이고 압도적 무력으로 싸우되 현장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아 적이 약화된 시점에서는 힘의 우위와 합리성에 기반해 외교적 수단으로 성과를 이뤄 불가역적으로 고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제시한 조건의 이행 여부를 판단할 미국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중재국을 통한 메시지 전달 이후 실제 협상 재개 여부도 변수로 남아 있다. 갈리바프 의장은 조건 충족과 미국의 이행이 확인되기 전에는 협상 복귀나 해협 재개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